삼색 AA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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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소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11.05
    [재창작][그리스 신화]메두사의 일생
  2. 2013.07.18
    [재창작][괴담]메리씨를 미연시풍으로 써보았다.
  3. 2013.07.09
    [재창작][삼국지]삼고초려
  4. 2013.07.08
    [재창작][마지막 잎새]마지막 잎새

이것은 원래의 메두사의 신화를 각색하여 쓴 픽션임을 알려드리니 그것을 유의하여 봐주시기 바라며 ‘신화를 멋대로 변형시켜 왜곡하는 글은 못 보겠다.’하시는 분은 읽는 것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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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여신의 상이 세워져 있고 검과 방패로 화려하지만 모두를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는 곳은 신전이다. 다른 존재도 아닌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가 아닌 적을 방어하는 전투의 신인 아테네의 신전이다. 그 탓에 여러 사람이 전투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또는 자신의 소중한 누군가를 지켜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매일 북적거리는 곳이다. 그런 그곳에 지금 존재하는 존재는 단 2명이었다. 한 명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자와 이곳의 신이신 아테네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테네 앞의 여자는 울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만이 지금 신전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소리는 마치 비통의 강 아케론을 지나는 영혼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 앞의 아테네는 그런 그녀를 너무나도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입니까?"

그 여인이 아테네를 향해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슬픔, 비통과 함께 분노마저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들은 아테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신을 향한 무례를 물을 수도 없었고 단지 슬픔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지켜주시지 않은 것입니까!!! 맹세를 하시지 않으셨습니..흑..까!..흑흑흑흐……."

다시 한 번 여인은 아테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 고함을 다치기도 전에 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테네는 그녀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자신은 맹세를 하였다. 그런데도 지켜주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으니 아무리 인간이 신인 자신을 모욕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여인의 이름은 메두사였다.

  ---

메두사는 고르곤 자매의 막내로 미인라고 불리는 3명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영웅마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두 언니와는 달리 그녀는 너무나도 허약한 아이로 자라났다. 두 언니들은 자신들의 자랑이나 다름없는 그 아이가 걱정이 되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모와 약함은 이 그리스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강자가 약자를 쓰러뜨리고 차지하고 범하는 곳이 바로 이 그리스이다. 두 언니들은 어떤 존재가 자신들에게 덤벼도 살아남고 도망칠 자신이 있었지만 그녀들의 동생에게는 그것은 바랄 수 가 없었다. 그런 그녀를 노리고 악당이나 영웅이라 지칭하며 멋대로 행동하던 자들이 자신들이 사는 데를 쳐들어왔고 그들을 자신들이 쫒아 보냈지만 그 소문이 커질수록 점점 더 많은 존재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던 세 사람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여겼고, 이제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영웅이라고 불리는 존재일지라도 신의 뜻은 거스를 수 없었고, 두 언니들의 뛰어넘는 존재는 이 세계에서 신뿐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신에게 의지를 할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남자신은 안 돼. 그들은 우리를 다른 존재로부터 수호해주는 데 어떤 것을 요구해올지 몰라."

"너무 하급신은 안 돼.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상대 할 수 있는 존재에 마저 당할 거야. 12주신들 중에 한분께 요청하는 게 좋겠어."

"그렇다면 아르테미스님과 아테나님인가? 이곳에서 가까운 신전인 곳은 아테나님의 신전이니 내일 그곳으로 가서 아테나님에게 찾아가 우리의 사랑스런 동생을 지킬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요청해봐야겠어"

그렇게 그 두 언니들은 다음 달 동생을 데리고 신에게 자비를 바라며 신전에 찾아갔다. 그녀들이 찾아갔을 때는 아테나의 신전에 원래 있어야 하는 신관이 아니라 아테나가 직접 신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대들의 소문은 익히 들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건가? 그렇다면 계약을 하는 것이 어떤가?"

"어떤 계약입니까.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계약이라도 하겠습니다."

"알려 주십시요. 이 이상의 존재들이 계속 덤벼들어 오면 더 이상은 여동생을 지킬 수가 없게 됩니다. 지금 저희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신이신 아테나님뿐입니다."

"아테나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이 이상 언니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몸이 약한 그 아이에게 너희와 같은 건강함과 힘을 주겠다. 그리고 내가 직접 그녀가 사랑하는 자가 나타날 때까지 그 아이가 남자에게 물들지 않고 수명이 아닌 살해로 죽는 것을 지켜주마. 대신 스테노, 에우리알레 너희 두 명의 아름다움을 나에게 다오. 남자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너희들의 동생뿐만이 아니라 너희들의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너희들은 메두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하겠습니다. 저희들의 아름다움을 바칠 테니 제발 저희들의 동생에게 건강한 육체를 주시고 그녀를 지켜주십시요.""

"하지만 그렇다면 언니들이……."

"괜찮아. 어차피 수없는 남자들과 싸우면서 이미 미모에 집착할 이유 따위는 잃어버렸어, 메두사. 미모 따위 때문에 너를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아."

"그래 언니 말 그대로야. 더 이상 남자에게 귀찮은 일만 당하게 하는 외모 따위는 어쩌면 없는 게 나을지도 몰라. 너라는 우리들의 보물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대들은 계약을 하겠다는 건가?"

""예, 저희들의 아름다움을 드리겠습니다. 메두사를 지켜주십시요.""

그렇게 선언하자 메두사는 자신의 몸에 힘이 들어오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강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힘, 그리고 자신의 언니들의 괴로움을 덜어줄 힘을 느끼고 그녀는 언니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돌아본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녀들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빼앗긴 정도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한마디로 하자면 괴물....... 손은 청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머리에는 머리카락 대신에 수없는 뱀이 나와 있었고, 눈 또한 뱀의 눈으로 변하였으며 입은 찌어져 날카로운 이빨이 나있으며 하반신은 멧돼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름다움을 전부 바쳐 인간의 모습조차 잃어버리고 괴물의 모습을 하게 된 것이다.

메두사는 조금씩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언니들을 싫어하게 되거나 무서워하게 된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주고 아껴주는 언니들을 단지 모습이 변했다고 어떻게 싫어하게 되겠는 가. 다만 자신의 안전과 편리 때문에 자신의 언니들이 그렇게 변해버렸다는 현실에 울음이 터졌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계약을 되돌릴 수 도 없다. 신과의 계약을 일개의 인간인 자신이 멋대로 무르거나 깨버린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신의 노여움을 사서 더한 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녀, 메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사랑하는 언니들을 끌어 않고 우는 것 밖에는 없었다.

"계약대로 행하였다. 이제 나는 메두사를 지킬 터이지만 내가 미처 눈치를 채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이곳으로 오거라. 내가 계약에 따라 그녀를 지킬 것을 맹세하겠다."

그런 맹세를 받고 언니 두 명은 아테나에게 감사의 예를 표한 후 아직 울고 있는 메두사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왔다. 메두사는 두 언니가 저렇게 변해버린 것에 책임을 느껴 건강해진 몸으로 끊임없이 언니들을 돕고 살았다.

다만 침입자들은 끊이지 않고 왔다. 처음에는 스테노, 에우리알레의 모습을 보고 잘못 온 것으로 착각하고 수가 줄어들었지만 어느 날 메두사가 스테노, 에우리알레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이자 ‘괴물 둘이 고르곤 자매의 두 언니를 죽이고 동생을 부려먹고 있다.’라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 오히려 침입자가 많아졌다. 그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영웅이라는 존재들은 이번에는 경쟁이나 생포가 아니라 스테노, 에우리알레의 사살을 목표로 삼았고, 그들을 물리치자, 이번에는 사람의 죽이는 괴물의 소문을 듣고 자신의 명성을 위해 찾아오는 존재들조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원래 강했고 메두사 역시 그 언니들만큼 강해진데다가 아테나의 수호가 있기 때문에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그들은 아테네의 여신에게 부탁해 사람이 함부로 올 수 없다는 리비아에 정착하여 셋이서 드디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가끔 어떻게 알았는지 스테노, 에우리알레를 물리치고 메두사를 구하겠다는 존재가 가끔 찾아왔지만 정말로 가끔이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편해질 수 있었고 주변에서 필요 물품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제우스에 버금가는 호색꾼인 포세이돈이 메두사에게 눈독을 들여 버린 것이다. 포세이돈의 힘은 막강했다.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막으려 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고 간신히 시간을 약간 끈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 메두사는 포세이돈의 목표가 자신의 두 언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아테나의 신전으로 도움을 청하러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곳이라면 맹세를 한 것도 있으니까 아테나님이 지켜 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아테나가 오지 못한다고 해도 신전이라는 중요하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라면 포세이돈일지라도 함부로 추잡한 행위를 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예상을 벗어났다. 아테나는 자신의 숙부가 되는 또한 같은 12신이라 해도 제우스의 형제로서 제우스가 왕위자리를 차지할 때 힘을 써 도운 포세이돈을 자신이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권력으로도 그에게 이길 수 없고 힘으로도 그에게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메두사를 도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그 한순간의 방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그녀를 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테나와 포세이돈 사이는 완전히 갈라져 신끼리의 전쟁이 일어날 수 도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아테나는 그것을 행할 수 없었고 단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포세이돈의 경우도 신전이라는 점은 조금 걸리지만 역시 자신보다 하급이라 생각되는 존재의 신전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었고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신전에 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테나의 태도를 허가한 것으로 멋대로 해석하여 메두사를 붙잡아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

그리고 그 후 그곳에 남아있는 존재는 여기저기 찢어져 버린 옷을 입고 울고 있는 메두사와 맹세를 저버린 채 그녀의 원망을 듣고 있는 이 신전의 주인 아테나뿐이었다.

"어째서 아무 말도 안하시는 겁니까!! 그때의 그 맹세는 거짓이었습니까!!"

"미안하다고 밖에 말할게 없군.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맹세와 계약을 저버려놓고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끝내실 생각이셨습니까?"

원래 신에게 아무리 맹세를 어겼다고 해도 스틱스강을 걸고 한 맹세가 아닌 이상 어느 누구라도 이런 식으로 따질 수는 없다. 특히 신은 원래 인간을 별로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인간은 신을 섬겨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일개의 인간이 신에게 덤벼든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벌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원래의 메두사라면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 일로 신에게 원망 따위를 쏟아 붙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더럽혀 졌다는 치욕과 맹세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분노, 그리고 그 지켜지지 못할 맹세 때문에 자신의 두 언니가 괴물이 되었다는 슬픔 때문에 도저히 눈앞의 존재, 아테나에게 분노를 쏟아 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테나는 비록 일개 인간이라지만 자신에게 의탁해온 자를 그리고 지켜주기로 맹세한 자를 다른 곳도 아니고 자신의 신전 안에 있음에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그녀에게 아무소리를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녀의 원망을 받아들이고 보상해 줄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테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은 분명 맹세를 어긴 나의 탓이다. 그것에 대한 보상이 될 수는 없겠지만 대신에 지금 네가 바라는 것을 3가지를 들어주겠다."

"어떻게 그럴 믿습니까! 이번에도 또다시 불가능하다하여 안 들어 주실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이번은 다르다. 스틱스강에 맹세하지, 지금부터 네가 말하는 것을 3가지를 나의 모든 힘과 모든 존재를 걸어 꼭 들어주겠다고."

"그렇다면 좋습니다. 스틱스강에 맹세하신 것을 깨시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럼 세 가지 소원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첫째 제가 이렇게 괴로움을 겪게 된 원인인 제 외모를 저의 두 언니 보다 흉측하게 만들어 주십시요. 둘째 제 얼굴을 보는 남자들은 전부 돌이 되게 해주십시요. 그리고 셋째 저의 죽음은 영웅으로 추앙받고 강한 힘을 가졌지만 오직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살아갈 존재에 손에 죽도록 해주십시요."

"그걸로 괜찮겠느냐? 네가 괴물이 되는 것은 너의 두 언니인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바라지 않을 터인데……."

"상관없습니다. 이 외모 때문에 저와 저의 언니들이 고통을 받았던 겁니다. 이딴 외모는 필요 없습니다. 언니들 같이 괴물이 되어 버리면 오히려 셋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요. 이것이 제 3가지 소원입니다. 들어 주십시요. 설마 스틱스강에 한 맹세를 어기시진 않으시겠지요?"

"당연하다. 스틱스강에 한 맹세는 어떠한 일이라도 지켜져야 되는 것……. 그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그렇게 메두사는 괴물이 되어 돌아왔고 그런 메두사를 보고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놀랐지만 사정을 듣고 단지 메두사를 부둥켜안아 울어 버렸다. 그렇게 고르곤 자매는 함께 살아갔고  가끔 찾아오는 영웅이라는 이름의 남자깡패들은 메두사에 의해 돌이 되어 버렸고 점점 고르곤 자매는 옛날의 아름다운 자매의 소문에서 벗어나 흉악한 괴물로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

페르세우스 그는 조용히 자신의 날개 달린 신발로 날아서 메두사에게로 갔다. 자고 있는 스테노, 에우리알레를 지나 직접 보지 않기 위해서 아테나님에게 빌린 방패로 메두사를 보았다. 순간 그는 방패를 놓칠 뻔 했다. 그곳에 비춰있는 것은 메두사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그녀의 모습이 비춰져 있었다. 아테나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마 메두사를 보고 이 임무 완수하지 못하고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메두사를 퇴치하러 오기 전에 아테나의 말을 다시 되새겼다.

'그녀는 지금은 괴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원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였습니다. 다만 남자를 혐오하게 된 나머지 저에게 부탁하여 그런 모습이 된 것입니다. 그녀에게 제가 스틱스강에 맹세한 것 때문에 지금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는 밖에 없지만 그녀가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 그리스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죽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말이죠. 이 방패를 가져가세요. 그녀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이 방패에 비춰보면 돌이 되지 않고도 그녀의 목을 벨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의하세요. 그 방패에 비춰지는 모습은 지금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원래 그녀의 모습일 터이니 비춰진 모습만을 보고 그녀를 직접 보지 않도록 하세요.'

아테나의 말을 새긴 페르세우스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메두사의 목을 베었고 피 이외의 그녀의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져서 바닥을 적시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눈물을 머금고 그녀의 머리를 자루에 담았다. 그리고 허공에 떠올라 하데스의 투구로 모습을 숨긴 다음 그녀에게 묵념을 하고 있으니 이상을 느끼고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다가왔다. 그리고 메두사의 죽음 을 확인하고 메두사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을 보며 페르세우스는 잠시 투구를 벗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등을 돌려 그녀들이 사는 곳에서 나갔다.

그 후 그는 돌아가는 와중에 바위에 묶여서 제물로 바쳐진 안드로메다를 보고 방패에 비친 메두사의 모습과 꼭 닮은 그녀에게 반해 그녀를 구해내고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아테나의 신전으로 가 방패를 돌려줌과 동시에 메두사의 머리를 아테나에게 바치면서 안드로메다가가 메두사와 같은 불행한 상황에 빠지지 않게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겠다고 맹세를 하여 그는 죽을 때까지 그녀에게만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

메두사와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그가 메두사를 죽이러 다가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영웅을 상대하면서 아무리 모습이 안 보이고 잠든 상태라고 해도 그 정도 기척정도는 눈치 챌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서 아테나의 수호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메두사는 그가 진정으로 자신이 바란 자여서 아테나가 보낸 것이라면 죽을 각오정도는 가지고 있었고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메두사의  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각오를 무너뜨리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페르세우스는 스테노, 에우리알레를 지나 메두사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모습을 방패로 비쳐보았다. 메두사는 자신을 죽이는 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 페르세우스가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눈을 떴고 그녀는 방패에 비친 자신의 원래 얼굴과 함께 나란히 비친 페르세우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른 존재와는 달리 자신들을 혐오하지도 무작정 탐하지도 않을 존재라는 것을……. 그가 메두사의 목을 베는 순간 그녀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운명이란 정말 가혹하구나. 아니 사랑이 너무 멋대로 인건가…….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사랑이 자신을 죽여줄 존재라니…….'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었던 존재의 생명은 사라졌고, 단지 그 곳에서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만이 남아 눈물을 흘렸다.

  ---

여기는 아테나의 신전, 인간들에게 뜻을 전하기 위해 땅에 세워진 신전과는 다른 올림포스에 세워진 아테나가 거주하는 신전이다.

"후훗, 후후"

그리고 그 곳에서 아테나는 페르세우스가 바친 메두사의 머리를 자신의 상징인 방패에 매달고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놓치지 않아. 머리만이라도 좋아. 메두사 넌 이제 나와 영원히 함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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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과는 ‘여기는 그리스입니다.’로 끝났군요. 아테나마저 얀데레였다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테나가 고작 인간인 메두사가 자신을 원망해도 오히려 보상을 해주고 처음부터 지켜보았듯이 갑자기 고르곤 자매가 신전에 찾아가자마자 모습을 들어 낸 것이나 단순히 아름다움을 대가로 신이 직접 보호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은 저런 게 아니고서야 보통 일어날 수가 없죠.
PS.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불사신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도 있고 또한 고르곤 자매는 원래 인간이 아니라고 하는 내용도 있지만 여기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AND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
길을 건너던 중에 음주운전을 하던 차에 치였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하고 손을 잡고 같이 웃어주었는데 그런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장례식에 가서 그녀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온몸에 핏기가 빠지면서 눈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한참을 울고 나서 정신을 차렸을 땐 외로움만이 나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후로는 무엇을 해도 외로웠다.
웃고 떠드는 사람을 봐도 외로웠고 화려한 축제를 봐도 외로웠고 북적한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웠다.
오히려 주변이 시끌벅적한 상황일수록 나의 외로움이 더 커져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싶어서 틀어 박혀 버렸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나 혼자 방안에 박혀 버렸다.
하지만 방안에 틀어 박혀 있어도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지금의 자신이 너무나도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렸다. 그녀가 건네준 연애편지를 버렸다. 그녀와 같이 선택한 커플링도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 대신으로 생각하라며 준 인형도.
그날부터였을 것이다. 저녁마다 이상한 전화가 1통씩 걸려온 것은…….

"나 메리 씨, 지금 쓰레기장 앞에 있어. 이제 갈께."
"나 메리 씨, 지금 바람슈퍼 앞에 있어."
"나 메리 씨, 지금 아파트 입구에 있어."
"나 메리 씨, 지금 1층이야."
"나 메리 씨, 지금 2층이야."
"나 메리 씨, 지금 3층이야."
"나 메리 씨, 지금 4층이야. 이제 거의 다 왔어."

그리고

"나 메리 씨, 지금 현관문 앞이야."

라는 전화가 온 것이 어제.

이제 오늘 전화가 올 시간이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림과 동시에 전화를 받는다.

"나 메리 씨, 지금 당신 뒤야."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상당수가 아는 유명한 괴담.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버린 인형에게 죽는다는 괴담.
그녀를 다시 보고 싶지만 자살조차 못하는 겁쟁이인 자신에게 딱 맞는 죽음일 것이다.
이제 뒤를 돌아보면 그녀의 곁으로 갈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뒤를 돌아보자.

"나 메리 씨, 이제 버리지 말아줘."

라는 말과 함께 내가 버린 인형과 꼭 닮은 외로운 표정의 아이가 나를 꼭 껴안는 모습이 보였다.

~

"나 메리씨, 당신도 외로운 거야?"
"나 메리씨, 버려지는 것은 외로워. 다시는 버리지 말아줘."

외로움을 느끼는 괴담인형
'메리 씨'


"나 대신으로 생각하라 했어도 어린아이를 꼬시면 안 되지.♪"
"저기, 나 귀신이지만 계속 좋아해줄래?"

저승에서 돌아온 귀신애인
'민영'


"귀신과 괴기 인형이라니 불길해요. 굿을 해야 해요 굿을!"
"사, 산사람은 산사람끼리 이어지는 것이 옳다구요!"

새침데기 무당
'서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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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메리 씨를 미연시풍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한 번 써보고 싶은 내용입니다.

AND

또 그녀가 찾아왔다. 무섭다 내가 사는 곳은 어떻게 알고서 찾아오는 것일까.

벌써 2번째 나의 집을 방문했다. 두 번 다 없는 척을 하며 넘겼지만 그것도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무섭다. 무섭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자면 그녀는 단순히 나의 지혜를 빌리러 왔다고 하니 그렇게 무서워 할 필요는 없을지 모르나,

그녀가 올 때마다 집 앞에서 느껴지는 광기가 나를 너무나도 무섭게 한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소름끼치게 한다. 마치 거미줄에 걸려 반항조차 못하는 나를 거미가 상냥히 쓰다듬는 느낌.

상냥하지만 약간만 빗겨나가도 내 목을 꺾어 버릴 것 같은 그 손길의 느낌이라니…….

그렇기에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다. 문 넘어 벽 넘어 느껴지는 것이 저 정도니 직접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피곤하다.

그 소름끼치는 기운 때문에 꾸는 악몽으로 인해 요즘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지 못했던 것이 화근인지 졸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피곤하다면 꿈을 아예 꾸지 않고 잘 수 있겠지. 자도록 하자.

.

.

.

.

"크윽……."

어떻게 된 거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온몸을 누르는 듯 한 위압감, 무엇인가가 온몸을 훑듯이 감싸는 기분.

이 두 가지 느낌 때문에 잠에서 깨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불쾌함과 함께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그토록 두려워한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아버렸다.


"너무 피곤하신 듯 하여서 깨우지는 않았습니다. 푹 쉬셨는지요."


어째서 그녀가 이곳에 있는 거지? 문도 잠겨 있는데?


"제자 분께서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제자 분께서 깨우려 하였지만 저희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매우 편안한 얼굴로 주무시고 있어서 주무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분이 좋더군요."


그 말은 내가 자는 동안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 불쾌한 기분은 그녀 때문인 건가.

지금도 그 기운 때문에 온몸에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무슨 용무로 이 보잘것없는 이를 찾아오셨는지요."


정말 무엇 때문에 온 것일지. 들은 이야기로 알고는 있지만 제발 그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이 사람 옆에서 지혜를 빌려주며 살면 난 얼마 가지 못 해서 기운이 빠져 죽을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저에게 지혜를 빌려주시겠습니까? 제갈공명."


역시 이것인가. 하지만 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유비현덕님께 어울리는 존재는 따로 있을 것입니다."


이것으로 됐다. 상대를 존중해주는 거절.

이것이면 소문으로 들려오던 유비현덕이라면 순순히 물러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녀의 옆에 보디가드처럼 생기신 어떤 여성분이 청룡언월도로 보이는 무기를 내 목에 갖다 대었다.


"대단하지도 못한 녀석이 내 주인을 3번씩이나 방문하게 만들고 감히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게 했다는 것이냐!"


어라? 이거 위험해. 내 행동이 유비현덕을 무시한 것으로 생각된 모양이다.


"관우, 무기를 치워라."

"하지만……."

"우리는 이분을 모시러 온 거지. 해하려온 것이 아니다.

제갈공명께서 겸손하셔서 자신을 낮추셨지만 내 눈에는 이분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분은 없다.

아니면 내 안목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제 아우들이 이러니 한 번만 더 묻겠습니다. 저에게 지혜를 빌려 주시겠습니까?"


음, 이것을 거절하면 나는 유비 현덕에게 무안을 주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내가 지혜를 빌려주기에는 수준이 낮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

또는 그녀의 안목이 좋지 못한 것이라 모욕한 것이 되어 관우운장에게 목이 날아가는 겁니까?

이 분 정말로 인덕을 우선시 한다던 유비현덕이 맞습니까?

누가 나 좀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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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얀데레 기운이 풍기는 유비…….
그냥 삼고초려가 떠올라서
삼고초려 -> 3번이나 찾아감 -> 스토커 -> 얀데레
라는 사고를 거쳐서 나온 작품입니다.

AND

“나무를 심는 거야. 나무를 심어서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너도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누가 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였었는지 어머니였었는지 하지만 그렇게 나는 생각 없이 내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에 나무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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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다. 의사선생님이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몸이 약한 거여서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고 했고 몸이 약한 탓에 밖에서 약간만 놀아도 감기를 면하지 못했기에 거의 병원에서만 살아가야 했다.

병 원에서 할 일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 책을 읽거나 멍하니 자는 일밖에 없었기에 나는 항상 심심했다. 그런 나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것은 오직 하루에 한번 간호사 언니와 같이 나갈 수 있는 산책과 그때 볼 수 있는 내가 심은 묘목을 돌보는 것이었다. 이 나무를 언제 심었는지 누구와 같이 심었는지 같은 것은 너무 오래전 일이어서 잊어버렸지만 이것이 크게 자라나면 내가 건강해 질 것이라고 이야기 해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무가 조금씩 자랄 때마다 내 몸이 점 점 건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 이제 들어가야지? 너무 오래있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네 간호사언니.”

“너도 그래도 많이 건강해졌구나. 옛날 같았으면 이미 지금 밖으로 나온 시점에서 계단 내려오는 것에 지쳐서 제대로 된 산책도 못하고 올라가곤 했는데…….”

“네, 그러네요. 이 나무 덕분일지도 몰라요. 이 나무가 건강히 크면 저도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누가 말했거든요.”

“그래? 그게 정말이면 이 나무에게 감사해야겠구나.”

간 호사 언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말 옛날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계단을 혼자 힘으로 오르내리다니……. 나무를 심기 전에는 한번 내려가기 위해서는 간호사 언니부축을 받은 상태로 벽을 집고 하나씩 내려가야 할 정도로 몸이 약했었는데……. 나무 덕분인지 몰라도 정말로 건강해져서 기쁘다.

그 뒤 1년 후 나무는 잘 자라서 2층인 내 병실에서도 보일 정도로 커졌고 나 역시 이제는 나가서 뛰어 놀아도 될 정도로 건강해졌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나무의 고마움이 아니라 무서움을 알아 버렸다.

“꺄악”

데굴데굴 쿵!

“으아앙~~~!!!!!!!!”

나 는 그 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한쪽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다행이 병원이었던 탓에 치료를 금방 할 수 는 있었지만 부러진 다리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병실에서 나무를 바라보는데 나무의 가지가 하나 부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이때는 그냥 자신의 건강을 상징하는 나무의 가지가 부러졌기에 걱정이 되어 간호사 언니에게 부탁해서 돌봐달라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이상함을 느꼈다.

나무가 상처를 입으면 나의 피부가 긁히고 나무의 가지가 부러지면 나의 뼈 어딘가가 부러졌다. 처음이야기를 들은 그대로였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나 역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역으로 나무가 건강하지 못 하면은 나 역시도 건강할 수 없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처음에는 나무가 긁히면 내가 실수로 어디에 긁혀서 상처가 나는 것과 같이 상처입기에 타당한 일이 생겨서 나에게 상처가 생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가 상처 입으면 어떤 상처 입을 일이 없는데도 상처가 나게 되었다. 어떤 날은 길을 가는데 갑자기 다리가 부러져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 적도 있다. 그 후 나는 다리가 다 나은 후 몸이 건강해져 학교를 다닐 수 있을 때도 나무의 근처를 떠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나무의 상처를 주는 일을 하게 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자 ---야, 이제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학교에 갔다 오자. 아빠가 나무는 안전하게 지켜 줄게”

“싫어, 아빠는 몰라. 이 나무가 다치면 나도 다친단 말이야. 나 이외에는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전에 학교를 다녀왔을 때도 엄마가 지켜준다고 해놓고서 가지가 꺾이도록 놔둬서 팔이 부러져서 실려 왔잖아!”

“아빠는 그렇게 안 해. 진짜 상처 하나 나지 않게 지킨다고 약속한다. 새끼손가락 걸고 말이지.”

“그럼 정말로. 꼭 신경 써서 지켜줘야 해?”

“그래 그러니까. 안심하고 학교에 가자.”

결과적으로 말해서 그 날도 난 다시 넘어져 바닥에 얼굴과 팔이 다 긁혀서 돌아왔다. 아빠는 아이들이 돌멩이로 나무를 긁어내리는 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지켜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상 황이 이렇게 까지 되자 부모님도 이때는 정말로 나무의 위험에 대해서 안 것 같았지만 나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무는 자신이 지켜야만 하고 아무에게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화장실을 갈 때나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뜰 때도 항상 나와 함께 있어서 나무의 위험을 잘 알고 있는 간호사 언니에게 신신당부를 하면서 부탁을 하고 자리를 떴다. 밥도 간호사 언니가 가져다주는 것을 받아먹었고 잠도 침낭을 가져와서 나무아래에서 잤다. 나무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아이들과 싸우다보니 친구들과도 멀어졌고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한 아이는 나무가 긁히자 나도 다치는 장면을 몇 번보고 무서워서 나에게서 멀어졌다.

나 무를 지키려고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여 육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서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무를 지키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만두었다가 실수로 누군가 베어내기라도 하면 자신의 생명 또한 끝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압박과 공포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지나가던 한 화가 할아버지였다.

“거기 꼬마아가씨 뭐하고 있는 거니? 나무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저기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이 어때?”

“안 돼요. 나무 지켜야 해요. 이 나무가 다치면 저도 다쳐요.”

“흠,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몰라도 네가 그것 때문에 다치지는 않을 거야. 그것은 네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심은 것이잖니?”

그 말에 알 수가 있었다. 이 나무를 심자고 제안하고 이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자신도 건강해 질수 있다고 이야기해 준 것은 그리고 그것을 같이 심어준 것은 아빠도 엄마도 아닌 눈앞에 있는 바로 이 사람이라는 것을…….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저하고 같이 이 나무를 심었죠?”

“그래, 어때 이만큼 커졌는데 넌 건강해졌니?”

“네. 하지만 대신에 이 나무가 다치면 저도 다쳐요. 이 나무가 건강하면 저도 건강하구요. 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거짓이 아니라 진짜로 일어나요.”

화 가 할아버지는 나의 말에 당황한 것 같았다. 당연하다. 지금에야 기억났지만 할아버지는 나와 같은 나이의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병으로 죽어서 같은 나이인 내가 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같이 나무도 심고 위로해주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무 때문에 내가 괴로워하니까 할아버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 것 같다.

“음, 그래? 이 나무가 다치면 진짜로 네가 다치는 거니?”

“네. 가지가 부러 졌을 때마다 팔하고 다리가 부러졌어요. 아이들이 나무를 긁으면 저도 어디 긁힌 상처가 생겨요.”

나 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나무에 약간의 상처를 냈고 그와 동시에 내 뺨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화가 할아버지는 당황해서 손수건을 꺼내 내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고 난처한 듯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어디론가 가셨다.

그 날 밤 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나무 밑에서 침낭을 가지고 잘 준비를 하였다. 그때 그 화가 할아버지 다가왔다.

“할아버지도 여기 있어도 될까?”

“왜요?”

“그림 그리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러는데 괜찮지?”

“네. 나무만 다치게 하시지 않으면 상관없어요.”

“그래. 할아버지는 불을 키고 그림 그릴 테니까. 약간 눈 부실수도 있어. 괜찮지?”

“네. 그건 걱정 없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그럼 잘 자거라.”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고 할아버지는 사다리까지 가져와서 벽에 다가 밤을 새워서 무언가를 그리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나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벽에 그려진 것은 내가 심은 나무와 완벽하게 닮은 나무그림이었다.

“할아버지 이건?”

“어 때? 꼬마아가씨. 이렇게 하면 병원에 누군가가 멋대로 병원 벽을 긁지도 않을 거고 가지가 꺾여 버리거나 하는 일도 없을 거야. 이제 안심하고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함께 다녀도 돼. 병원 원장 선생님에게도 이 벽화는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부탁드렸어. 이제 이 나무에 억매여 있을 필요 없어.”

화가 할아버지는 그 말을 하면서 아주 즐거워하고 기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심은 나무를 긁어보기도 하고 가지를 꺾어도 보았지만 나의 몸에 상처 같은 것은 생기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다가 할아버지의 품안에 안겨서 울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맙긴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

이 제 나무가 다칠까봐 걱정해서 꼼짝도 못하는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학교에 다닐 수가 있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이 화가 할아버지가 나에게 어릴 때는 건강을, 그리고 지금은 자유를 주었다. 부모님보다 어느 누구보다 감사해야 할 존재다.

그 날 저녁 나무는 뭔가가 없어진 듯이 급속으로 시들어가서 하루 만에 하얗게 말라서 쓰러져 버렸지만 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아마 화가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에 나무의 영혼이 들어가서 원래의 나무는 시들어 버리고 나무 벽화가 나와 함께 이어지도록 변해서 나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화가 할아버지는 그 날로부터 1년 후 세상을 떠나셨고 나도 그 장례식에 참석해서 다시 감사와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말을 전했다.

  ---

“당신 뭘 그렇게 봐?”

“아니 내 어릴 적 일기. 이때는 정말 어려서 병원에 있을 때 나무가 다치면 나도 다친다고 믿어서 학교도 안가고 나무만 지켰지. 그런 미신 같은 일은 없는데 말이야.”

“아, 자주 이야기하던 그 나무 벽화 말이지? 실물 같다고 신문에도 나고 그랬는데……. 그걸 소재로 신문에도 얼굴 나오고 했으니까. 좋게 생각하자고 어릴 때 내가 순수해서 커서 이런 보답을 받을 수도 있구나하고.”

“그것도 그러네. 아, 그러고 보니 약속시간 다 되었다. 빨리 나가자. 날씨도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그 둘은 그렇게 웃으면서 준비를 했고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서 나갔다. 하지만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는 없었다. 교통사고였다. 약속장소에 가기 전에 잠시 남편이 차에서 내려 차바퀴의 보조 체인을 달고 있는 데 한 차량이 뒤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서 그 차량을 박은 것이다. 남편은 다행이도 상처가 거의 나지 않았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했다. 강한 충격을 뒤에서 받은 탓에 안전벨트를 안 매고 있던 그녀는 앞 유리에 박아 깨고 튀어나와 버렸고 그 탓에 머리에 심한 타격을 입어버렸다. 남편은 서둘러 119에 신고했고 구급차가 와서 서둘러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괜찮겠죠?”

“걱정 마세요. 이분이라면 옛날부터 저희들이 맡고 있던 분인걸요? 걱정 마시고 기다리세요.”

그 곳은 아내가 어릴 적 신세를 지냈던 곳이며 신문에서 벽화가 시제 나무 같다며 취재까지 왔던 병원이었다. 남편은 약간은 안심 할 수 있었다. 항상 자신의 아내를 치료해주던 이곳이라면 어디보다 아내에 대해 잘 알 것이고 잘 치료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반년 전에 벽화의 실제 사연을 지닌 존재라 해서 아내가 취재 왔던 게 가장 최근이었나? 오랜만에 벽화나 보러 가볼까?”

남편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어릴 때 믿었던 미신일지라고해도 자신의 아내의 부적이라 볼 수도 있는 그 벽화에게 무사하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하는 것이 났다고 여겨 벽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말을 잊었다.

그 곳은 이미 벽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충돌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지 핏자국까지 남아있는 거대한 트럭의 교통사고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벽화 따위는 충돌로 부서져서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단지 나뭇잎그림이 그려진 부분 하나만이 약간의 철사에 매달려 달랑달랑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부분마저 떨어져 내렸다.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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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본 공포입니다. 여름이니까요. 근데 공포라기에는 미묘한 느낌이네요.
이 것은 마지막 잎새를 각색해서 써본 글입니다. 아시다시피 마지막 잎새는 아픈 소녀가 저 잎이 떨어지면 죽겠다는 생각을 하자 어떤 한 화가가 잎새와 똑같은 그림을 그려 그 폭풍 속에서도 남아있는 나뭇잎을 보고 소녀가 힘은 얻어서 병을 이겨낸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소녀가 왜 이 잎새를 보고 떨어지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했을까? 그 폭풍 속에서 그림이 지워지거나 벽이 부서져서 그림이 남아있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하다가 나온 작품입니다. 보시기에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적는 데 마지막 띠- 소리는 심장박동 측정기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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