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AA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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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19:45

이것은 원래의 메두사의 신화를 각색하여 쓴 픽션임을 알려드리니 그것을 유의하여 봐주시기 바라며 ‘신화를 멋대로 변형시켜 왜곡하는 글은 못 보겠다.’하시는 분은 읽는 것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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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여신의 상이 세워져 있고 검과 방패로 화려하지만 모두를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는 곳은 신전이다. 다른 존재도 아닌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가 아닌 적을 방어하는 전투의 신인 아테네의 신전이다. 그 탓에 여러 사람이 전투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또는 자신의 소중한 누군가를 지켜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매일 북적거리는 곳이다. 그런 그곳에 지금 존재하는 존재는 단 2명이었다. 한 명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자와 이곳의 신이신 아테네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테네 앞의 여자는 울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만이 지금 신전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소리는 마치 비통의 강 아케론을 지나는 영혼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 앞의 아테네는 그런 그녀를 너무나도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입니까?"

그 여인이 아테네를 향해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슬픔, 비통과 함께 분노마저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들은 아테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신을 향한 무례를 물을 수도 없었고 단지 슬픔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지켜주시지 않은 것입니까!!! 맹세를 하시지 않으셨습니..흑..까!..흑흑흑흐……."

다시 한 번 여인은 아테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 고함을 다치기도 전에 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테네는 그녀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자신은 맹세를 하였다. 그런데도 지켜주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으니 아무리 인간이 신인 자신을 모욕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여인의 이름은 메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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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는 고르곤 자매의 막내로 미인라고 불리는 3명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영웅마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두 언니와는 달리 그녀는 너무나도 허약한 아이로 자라났다. 두 언니들은 자신들의 자랑이나 다름없는 그 아이가 걱정이 되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모와 약함은 이 그리스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강자가 약자를 쓰러뜨리고 차지하고 범하는 곳이 바로 이 그리스이다. 두 언니들은 어떤 존재가 자신들에게 덤벼도 살아남고 도망칠 자신이 있었지만 그녀들의 동생에게는 그것은 바랄 수 가 없었다. 그런 그녀를 노리고 악당이나 영웅이라 지칭하며 멋대로 행동하던 자들이 자신들이 사는 데를 쳐들어왔고 그들을 자신들이 쫒아 보냈지만 그 소문이 커질수록 점점 더 많은 존재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던 세 사람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여겼고, 이제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영웅이라고 불리는 존재일지라도 신의 뜻은 거스를 수 없었고, 두 언니들의 뛰어넘는 존재는 이 세계에서 신뿐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신에게 의지를 할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남자신은 안 돼. 그들은 우리를 다른 존재로부터 수호해주는 데 어떤 것을 요구해올지 몰라."

"너무 하급신은 안 돼.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상대 할 수 있는 존재에 마저 당할 거야. 12주신들 중에 한분께 요청하는 게 좋겠어."

"그렇다면 아르테미스님과 아테나님인가? 이곳에서 가까운 신전인 곳은 아테나님의 신전이니 내일 그곳으로 가서 아테나님에게 찾아가 우리의 사랑스런 동생을 지킬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요청해봐야겠어"

그렇게 그 두 언니들은 다음 달 동생을 데리고 신에게 자비를 바라며 신전에 찾아갔다. 그녀들이 찾아갔을 때는 아테나의 신전에 원래 있어야 하는 신관이 아니라 아테나가 직접 신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대들의 소문은 익히 들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건가? 그렇다면 계약을 하는 것이 어떤가?"

"어떤 계약입니까.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계약이라도 하겠습니다."

"알려 주십시요. 이 이상의 존재들이 계속 덤벼들어 오면 더 이상은 여동생을 지킬 수가 없게 됩니다. 지금 저희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신이신 아테나님뿐입니다."

"아테나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이 이상 언니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몸이 약한 그 아이에게 너희와 같은 건강함과 힘을 주겠다. 그리고 내가 직접 그녀가 사랑하는 자가 나타날 때까지 그 아이가 남자에게 물들지 않고 수명이 아닌 살해로 죽는 것을 지켜주마. 대신 스테노, 에우리알레 너희 두 명의 아름다움을 나에게 다오. 남자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너희들의 동생뿐만이 아니라 너희들의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너희들은 메두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하겠습니다. 저희들의 아름다움을 바칠 테니 제발 저희들의 동생에게 건강한 육체를 주시고 그녀를 지켜주십시요.""

"하지만 그렇다면 언니들이……."

"괜찮아. 어차피 수없는 남자들과 싸우면서 이미 미모에 집착할 이유 따위는 잃어버렸어, 메두사. 미모 따위 때문에 너를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아."

"그래 언니 말 그대로야. 더 이상 남자에게 귀찮은 일만 당하게 하는 외모 따위는 어쩌면 없는 게 나을지도 몰라. 너라는 우리들의 보물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대들은 계약을 하겠다는 건가?"

""예, 저희들의 아름다움을 드리겠습니다. 메두사를 지켜주십시요.""

그렇게 선언하자 메두사는 자신의 몸에 힘이 들어오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강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힘, 그리고 자신의 언니들의 괴로움을 덜어줄 힘을 느끼고 그녀는 언니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돌아본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녀들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빼앗긴 정도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한마디로 하자면 괴물....... 손은 청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머리에는 머리카락 대신에 수없는 뱀이 나와 있었고, 눈 또한 뱀의 눈으로 변하였으며 입은 찌어져 날카로운 이빨이 나있으며 하반신은 멧돼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름다움을 전부 바쳐 인간의 모습조차 잃어버리고 괴물의 모습을 하게 된 것이다.

메두사는 조금씩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언니들을 싫어하게 되거나 무서워하게 된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주고 아껴주는 언니들을 단지 모습이 변했다고 어떻게 싫어하게 되겠는 가. 다만 자신의 안전과 편리 때문에 자신의 언니들이 그렇게 변해버렸다는 현실에 울음이 터졌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계약을 되돌릴 수 도 없다. 신과의 계약을 일개의 인간인 자신이 멋대로 무르거나 깨버린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신의 노여움을 사서 더한 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녀, 메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사랑하는 언니들을 끌어 않고 우는 것 밖에는 없었다.

"계약대로 행하였다. 이제 나는 메두사를 지킬 터이지만 내가 미처 눈치를 채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이곳으로 오거라. 내가 계약에 따라 그녀를 지킬 것을 맹세하겠다."

그런 맹세를 받고 언니 두 명은 아테나에게 감사의 예를 표한 후 아직 울고 있는 메두사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왔다. 메두사는 두 언니가 저렇게 변해버린 것에 책임을 느껴 건강해진 몸으로 끊임없이 언니들을 돕고 살았다.

다만 침입자들은 끊이지 않고 왔다. 처음에는 스테노, 에우리알레의 모습을 보고 잘못 온 것으로 착각하고 수가 줄어들었지만 어느 날 메두사가 스테노, 에우리알레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이자 ‘괴물 둘이 고르곤 자매의 두 언니를 죽이고 동생을 부려먹고 있다.’라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 오히려 침입자가 많아졌다. 그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영웅이라는 존재들은 이번에는 경쟁이나 생포가 아니라 스테노, 에우리알레의 사살을 목표로 삼았고, 그들을 물리치자, 이번에는 사람의 죽이는 괴물의 소문을 듣고 자신의 명성을 위해 찾아오는 존재들조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원래 강했고 메두사 역시 그 언니들만큼 강해진데다가 아테나의 수호가 있기 때문에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그들은 아테네의 여신에게 부탁해 사람이 함부로 올 수 없다는 리비아에 정착하여 셋이서 드디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가끔 어떻게 알았는지 스테노, 에우리알레를 물리치고 메두사를 구하겠다는 존재가 가끔 찾아왔지만 정말로 가끔이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편해질 수 있었고 주변에서 필요 물품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제우스에 버금가는 호색꾼인 포세이돈이 메두사에게 눈독을 들여 버린 것이다. 포세이돈의 힘은 막강했다.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막으려 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고 간신히 시간을 약간 끈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 메두사는 포세이돈의 목표가 자신의 두 언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아테나의 신전으로 도움을 청하러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곳이라면 맹세를 한 것도 있으니까 아테나님이 지켜 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아테나가 오지 못한다고 해도 신전이라는 중요하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라면 포세이돈일지라도 함부로 추잡한 행위를 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예상을 벗어났다. 아테나는 자신의 숙부가 되는 또한 같은 12신이라 해도 제우스의 형제로서 제우스가 왕위자리를 차지할 때 힘을 써 도운 포세이돈을 자신이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권력으로도 그에게 이길 수 없고 힘으로도 그에게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메두사를 도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그 한순간의 방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그녀를 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테나와 포세이돈 사이는 완전히 갈라져 신끼리의 전쟁이 일어날 수 도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아테나는 그것을 행할 수 없었고 단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포세이돈의 경우도 신전이라는 점은 조금 걸리지만 역시 자신보다 하급이라 생각되는 존재의 신전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었고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신전에 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테나의 태도를 허가한 것으로 멋대로 해석하여 메두사를 붙잡아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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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후 그곳에 남아있는 존재는 여기저기 찢어져 버린 옷을 입고 울고 있는 메두사와 맹세를 저버린 채 그녀의 원망을 듣고 있는 이 신전의 주인 아테나뿐이었다.

"어째서 아무 말도 안하시는 겁니까!! 그때의 그 맹세는 거짓이었습니까!!"

"미안하다고 밖에 말할게 없군.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맹세와 계약을 저버려놓고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끝내실 생각이셨습니까?"

원래 신에게 아무리 맹세를 어겼다고 해도 스틱스강을 걸고 한 맹세가 아닌 이상 어느 누구라도 이런 식으로 따질 수는 없다. 특히 신은 원래 인간을 별로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인간은 신을 섬겨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일개의 인간이 신에게 덤벼든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벌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원래의 메두사라면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 일로 신에게 원망 따위를 쏟아 붙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더럽혀 졌다는 치욕과 맹세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분노, 그리고 그 지켜지지 못할 맹세 때문에 자신의 두 언니가 괴물이 되었다는 슬픔 때문에 도저히 눈앞의 존재, 아테나에게 분노를 쏟아 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테나는 비록 일개 인간이라지만 자신에게 의탁해온 자를 그리고 지켜주기로 맹세한 자를 다른 곳도 아니고 자신의 신전 안에 있음에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그녀에게 아무소리를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녀의 원망을 받아들이고 보상해 줄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테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은 분명 맹세를 어긴 나의 탓이다. 그것에 대한 보상이 될 수는 없겠지만 대신에 지금 네가 바라는 것을 3가지를 들어주겠다."

"어떻게 그럴 믿습니까! 이번에도 또다시 불가능하다하여 안 들어 주실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이번은 다르다. 스틱스강에 맹세하지, 지금부터 네가 말하는 것을 3가지를 나의 모든 힘과 모든 존재를 걸어 꼭 들어주겠다고."

"그렇다면 좋습니다. 스틱스강에 맹세하신 것을 깨시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럼 세 가지 소원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첫째 제가 이렇게 괴로움을 겪게 된 원인인 제 외모를 저의 두 언니 보다 흉측하게 만들어 주십시요. 둘째 제 얼굴을 보는 남자들은 전부 돌이 되게 해주십시요. 그리고 셋째 저의 죽음은 영웅으로 추앙받고 강한 힘을 가졌지만 오직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살아갈 존재에 손에 죽도록 해주십시요."

"그걸로 괜찮겠느냐? 네가 괴물이 되는 것은 너의 두 언니인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바라지 않을 터인데……."

"상관없습니다. 이 외모 때문에 저와 저의 언니들이 고통을 받았던 겁니다. 이딴 외모는 필요 없습니다. 언니들 같이 괴물이 되어 버리면 오히려 셋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요. 이것이 제 3가지 소원입니다. 들어 주십시요. 설마 스틱스강에 한 맹세를 어기시진 않으시겠지요?"

"당연하다. 스틱스강에 한 맹세는 어떠한 일이라도 지켜져야 되는 것……. 그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그렇게 메두사는 괴물이 되어 돌아왔고 그런 메두사를 보고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놀랐지만 사정을 듣고 단지 메두사를 부둥켜안아 울어 버렸다. 그렇게 고르곤 자매는 함께 살아갔고  가끔 찾아오는 영웅이라는 이름의 남자깡패들은 메두사에 의해 돌이 되어 버렸고 점점 고르곤 자매는 옛날의 아름다운 자매의 소문에서 벗어나 흉악한 괴물로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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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그는 조용히 자신의 날개 달린 신발로 날아서 메두사에게로 갔다. 자고 있는 스테노, 에우리알레를 지나 직접 보지 않기 위해서 아테나님에게 빌린 방패로 메두사를 보았다. 순간 그는 방패를 놓칠 뻔 했다. 그곳에 비춰있는 것은 메두사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그녀의 모습이 비춰져 있었다. 아테나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마 메두사를 보고 이 임무 완수하지 못하고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메두사를 퇴치하러 오기 전에 아테나의 말을 다시 되새겼다.

'그녀는 지금은 괴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원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였습니다. 다만 남자를 혐오하게 된 나머지 저에게 부탁하여 그런 모습이 된 것입니다. 그녀에게 제가 스틱스강에 맹세한 것 때문에 지금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는 밖에 없지만 그녀가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 그리스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죽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말이죠. 이 방패를 가져가세요. 그녀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이 방패에 비춰보면 돌이 되지 않고도 그녀의 목을 벨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의하세요. 그 방패에 비춰지는 모습은 지금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원래 그녀의 모습일 터이니 비춰진 모습만을 보고 그녀를 직접 보지 않도록 하세요.'

아테나의 말을 새긴 페르세우스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메두사의 목을 베었고 피 이외의 그녀의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져서 바닥을 적시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눈물을 머금고 그녀의 머리를 자루에 담았다. 그리고 허공에 떠올라 하데스의 투구로 모습을 숨긴 다음 그녀에게 묵념을 하고 있으니 이상을 느끼고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다가왔다. 그리고 메두사의 죽음 을 확인하고 메두사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을 보며 페르세우스는 잠시 투구를 벗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등을 돌려 그녀들이 사는 곳에서 나갔다.

그 후 그는 돌아가는 와중에 바위에 묶여서 제물로 바쳐진 안드로메다를 보고 방패에 비친 메두사의 모습과 꼭 닮은 그녀에게 반해 그녀를 구해내고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아테나의 신전으로 가 방패를 돌려줌과 동시에 메두사의 머리를 아테나에게 바치면서 안드로메다가가 메두사와 같은 불행한 상황에 빠지지 않게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겠다고 맹세를 하여 그는 죽을 때까지 그녀에게만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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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와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그가 메두사를 죽이러 다가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영웅을 상대하면서 아무리 모습이 안 보이고 잠든 상태라고 해도 그 정도 기척정도는 눈치 챌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서 아테나의 수호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메두사는 그가 진정으로 자신이 바란 자여서 아테나가 보낸 것이라면 죽을 각오정도는 가지고 있었고 스테노, 에우리알레는 메두사의  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각오를 무너뜨리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페르세우스는 스테노, 에우리알레를 지나 메두사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모습을 방패로 비쳐보았다. 메두사는 자신을 죽이는 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 페르세우스가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눈을 떴고 그녀는 방패에 비친 자신의 원래 얼굴과 함께 나란히 비친 페르세우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른 존재와는 달리 자신들을 혐오하지도 무작정 탐하지도 않을 존재라는 것을……. 그가 메두사의 목을 베는 순간 그녀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운명이란 정말 가혹하구나. 아니 사랑이 너무 멋대로 인건가…….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사랑이 자신을 죽여줄 존재라니…….'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었던 존재의 생명은 사라졌고, 단지 그 곳에서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만이 남아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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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테나의 신전, 인간들에게 뜻을 전하기 위해 땅에 세워진 신전과는 다른 올림포스에 세워진 아테나가 거주하는 신전이다.

"후훗, 후후"

그리고 그 곳에서 아테나는 페르세우스가 바친 메두사의 머리를 자신의 상징인 방패에 매달고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놓치지 않아. 머리만이라도 좋아. 메두사 넌 이제 나와 영원히 함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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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과는 ‘여기는 그리스입니다.’로 끝났군요. 아테나마저 얀데레였다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테나가 고작 인간인 메두사가 자신을 원망해도 오히려 보상을 해주고 처음부터 지켜보았듯이 갑자기 고르곤 자매가 신전에 찾아가자마자 모습을 들어 낸 것이나 단순히 아름다움을 대가로 신이 직접 보호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은 저런 게 아니고서야 보통 일어날 수가 없죠.
PS. 스테노, 에우리알레가 불사신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도 있고 또한 고르곤 자매는 원래 인간이 아니라고 하는 내용도 있지만 여기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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