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AA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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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01:50

그것은 5년 전 겨울 어느 날이었다.

달은 그날따라 눈이 부실정도로 밝고 아름다웠고 자신과 아버지 에미야 키리츠구는 그런 달은 보고 있었다.

겨울인데도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였고 벌레소리가 조용히 들려오는 것이 달맞이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어릴 적에 나는 정의의 사자를 동경하고 있었지"

달구경 중 아버지는 문득 그런 말을 하였다.

자신에게 있어서 정의의 사자인 아버지가 자신은 마치 정의의 사자가 되지 못한 듯 한 말을 하자 나는 기분이 나빠져 대꾸를 했었다.

"뭐야, 그거. 동경했었다니, 포기한 거야?"

화가 나서 생각 없이 내뱉은 그 말을 아버지에게 어떤 생각으로 들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쓴 웃음과 함께 마음을 저리게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응, 유감이지만 말이야. 히어로는 기간한정이어서, 아직 젊었을 무렵에 히어로가 되려고 노력한 적도 있지만 다 헛짓이었지."

난 아버지의 그 말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헛짓, 아버지가 히어로가 되려 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구해지지 않았다.

그 일이 헛짓이라면 자신이 구해진 것이, 아버지가 자신을 구한 것이 헛짓이라는 말인가…….

"어..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그..모든 것이..헛짓일 리 없잖아……."

나는 말을 더듬으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고 했고, 자신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사라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헛짓이었어. 난 단지 목숨을 구했을 뿐인 반쪽짜리 히어로, 아니 히어로 흉내를 내려고 한 어릿광대에 불과했어.

내가 구한 그 수많은 목숨 중에 행복을 느낀 존재는 없었으니까."

"아니야!!!!!!!!"

아버지의 말에 더 이상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어째서 아버지 스스로가 정의의 사자임을 부정하는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나.는.행.복.했.어. 아버지가 어떻게 느꼈던지 간에 나는 행복했단 말이야!!!


만약 아버지가 정의의 사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증명해 보일께.

내가 아직 어린 아이여서 증명할 수 없다면 내가 훌륭해져서 모두에게 알려줄게.

내가 아버지 덕에 행복했다는 것을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부정하지 마.

다른 존재에게는 몰라도 아버지는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정의의 사자였으니까."

그 말을 마치자마자 눈물이 쏟아져 나와 아버지에게 매달려서 울었다.

무엇이 그리 슬픈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눈물이 쏟아져 나와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말을 듣고 놀라던 아버지는 내가 울기 시작하자,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단 한마디만을 남겼다.

"고맙구나."

그리고 그는 조용히 눈물이 흐르는 눈을 감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것은 5년 전 겨울 어느 날이었다.

달은 그날따라 눈이 부실정도로 밝고 아름다웠고 벌레소리가 조용히 들려오는 것이 죽기에는 딱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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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후지 누나의 아버지가 장례식을 주관해 주시고, 에미야 저택에 혼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행복했다. 아버지에게 맹세한 것처럼 행복했다.

사실은 나는 아버지가 정의의 사자라는 것을 내가 구해진 것이 헛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생각뿐이었기에 슬퍼할 틈조차 없었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어떻게 되어야, 그것을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아직, 나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존재인 아버지의 말을 따르고 발자취를 쫒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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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다른 방향으로 비뚤어진 시로입니다.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이 아니라 키리츠구가 정의의 사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의의를 증명하기 위해서 훌륭해지려고 하고,
훌륭해지는 방법으로 키리츠쿠가 알려준 모든 말을 길잡이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정의의 사자를 목표로 하면서 행복해지려는 모순된 시로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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