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AA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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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17:31

“나무를 심는 거야. 나무를 심어서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너도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누가 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였었는지 어머니였었는지 하지만 그렇게 나는 생각 없이 내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에 나무를 심었다.

  ---

나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다. 의사선생님이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몸이 약한 거여서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고 했고 몸이 약한 탓에 밖에서 약간만 놀아도 감기를 면하지 못했기에 거의 병원에서만 살아가야 했다.

병 원에서 할 일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 책을 읽거나 멍하니 자는 일밖에 없었기에 나는 항상 심심했다. 그런 나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것은 오직 하루에 한번 간호사 언니와 같이 나갈 수 있는 산책과 그때 볼 수 있는 내가 심은 묘목을 돌보는 것이었다. 이 나무를 언제 심었는지 누구와 같이 심었는지 같은 것은 너무 오래전 일이어서 잊어버렸지만 이것이 크게 자라나면 내가 건강해 질 것이라고 이야기 해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무가 조금씩 자랄 때마다 내 몸이 점 점 건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 이제 들어가야지? 너무 오래있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네 간호사언니.”

“너도 그래도 많이 건강해졌구나. 옛날 같았으면 이미 지금 밖으로 나온 시점에서 계단 내려오는 것에 지쳐서 제대로 된 산책도 못하고 올라가곤 했는데…….”

“네, 그러네요. 이 나무 덕분일지도 몰라요. 이 나무가 건강히 크면 저도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누가 말했거든요.”

“그래? 그게 정말이면 이 나무에게 감사해야겠구나.”

간 호사 언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말 옛날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계단을 혼자 힘으로 오르내리다니……. 나무를 심기 전에는 한번 내려가기 위해서는 간호사 언니부축을 받은 상태로 벽을 집고 하나씩 내려가야 할 정도로 몸이 약했었는데……. 나무 덕분인지 몰라도 정말로 건강해져서 기쁘다.

그 뒤 1년 후 나무는 잘 자라서 2층인 내 병실에서도 보일 정도로 커졌고 나 역시 이제는 나가서 뛰어 놀아도 될 정도로 건강해졌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나무의 고마움이 아니라 무서움을 알아 버렸다.

“꺄악”

데굴데굴 쿵!

“으아앙~~~!!!!!!!!”

나 는 그 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한쪽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다행이 병원이었던 탓에 치료를 금방 할 수 는 있었지만 부러진 다리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병실에서 나무를 바라보는데 나무의 가지가 하나 부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이때는 그냥 자신의 건강을 상징하는 나무의 가지가 부러졌기에 걱정이 되어 간호사 언니에게 부탁해서 돌봐달라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이상함을 느꼈다.

나무가 상처를 입으면 나의 피부가 긁히고 나무의 가지가 부러지면 나의 뼈 어딘가가 부러졌다. 처음이야기를 들은 그대로였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나 역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역으로 나무가 건강하지 못 하면은 나 역시도 건강할 수 없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처음에는 나무가 긁히면 내가 실수로 어디에 긁혀서 상처가 나는 것과 같이 상처입기에 타당한 일이 생겨서 나에게 상처가 생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가 상처 입으면 어떤 상처 입을 일이 없는데도 상처가 나게 되었다. 어떤 날은 길을 가는데 갑자기 다리가 부러져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 적도 있다. 그 후 나는 다리가 다 나은 후 몸이 건강해져 학교를 다닐 수 있을 때도 나무의 근처를 떠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나무의 상처를 주는 일을 하게 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자 ---야, 이제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학교에 갔다 오자. 아빠가 나무는 안전하게 지켜 줄게”

“싫어, 아빠는 몰라. 이 나무가 다치면 나도 다친단 말이야. 나 이외에는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전에 학교를 다녀왔을 때도 엄마가 지켜준다고 해놓고서 가지가 꺾이도록 놔둬서 팔이 부러져서 실려 왔잖아!”

“아빠는 그렇게 안 해. 진짜 상처 하나 나지 않게 지킨다고 약속한다. 새끼손가락 걸고 말이지.”

“그럼 정말로. 꼭 신경 써서 지켜줘야 해?”

“그래 그러니까. 안심하고 학교에 가자.”

결과적으로 말해서 그 날도 난 다시 넘어져 바닥에 얼굴과 팔이 다 긁혀서 돌아왔다. 아빠는 아이들이 돌멩이로 나무를 긁어내리는 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지켜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상 황이 이렇게 까지 되자 부모님도 이때는 정말로 나무의 위험에 대해서 안 것 같았지만 나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무는 자신이 지켜야만 하고 아무에게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화장실을 갈 때나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뜰 때도 항상 나와 함께 있어서 나무의 위험을 잘 알고 있는 간호사 언니에게 신신당부를 하면서 부탁을 하고 자리를 떴다. 밥도 간호사 언니가 가져다주는 것을 받아먹었고 잠도 침낭을 가져와서 나무아래에서 잤다. 나무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아이들과 싸우다보니 친구들과도 멀어졌고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한 아이는 나무가 긁히자 나도 다치는 장면을 몇 번보고 무서워서 나에게서 멀어졌다.

나 무를 지키려고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여 육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서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무를 지키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만두었다가 실수로 누군가 베어내기라도 하면 자신의 생명 또한 끝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압박과 공포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지나가던 한 화가 할아버지였다.

“거기 꼬마아가씨 뭐하고 있는 거니? 나무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저기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이 어때?”

“안 돼요. 나무 지켜야 해요. 이 나무가 다치면 저도 다쳐요.”

“흠,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몰라도 네가 그것 때문에 다치지는 않을 거야. 그것은 네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심은 것이잖니?”

그 말에 알 수가 있었다. 이 나무를 심자고 제안하고 이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자신도 건강해 질수 있다고 이야기해 준 것은 그리고 그것을 같이 심어준 것은 아빠도 엄마도 아닌 눈앞에 있는 바로 이 사람이라는 것을…….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저하고 같이 이 나무를 심었죠?”

“그래, 어때 이만큼 커졌는데 넌 건강해졌니?”

“네. 하지만 대신에 이 나무가 다치면 저도 다쳐요. 이 나무가 건강하면 저도 건강하구요. 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거짓이 아니라 진짜로 일어나요.”

화 가 할아버지는 나의 말에 당황한 것 같았다. 당연하다. 지금에야 기억났지만 할아버지는 나와 같은 나이의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병으로 죽어서 같은 나이인 내가 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같이 나무도 심고 위로해주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무 때문에 내가 괴로워하니까 할아버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 것 같다.

“음, 그래? 이 나무가 다치면 진짜로 네가 다치는 거니?”

“네. 가지가 부러 졌을 때마다 팔하고 다리가 부러졌어요. 아이들이 나무를 긁으면 저도 어디 긁힌 상처가 생겨요.”

나 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나무에 약간의 상처를 냈고 그와 동시에 내 뺨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화가 할아버지는 당황해서 손수건을 꺼내 내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고 난처한 듯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어디론가 가셨다.

그 날 밤 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나무 밑에서 침낭을 가지고 잘 준비를 하였다. 그때 그 화가 할아버지 다가왔다.

“할아버지도 여기 있어도 될까?”

“왜요?”

“그림 그리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러는데 괜찮지?”

“네. 나무만 다치게 하시지 않으면 상관없어요.”

“그래. 할아버지는 불을 키고 그림 그릴 테니까. 약간 눈 부실수도 있어. 괜찮지?”

“네. 그건 걱정 없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그럼 잘 자거라.”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고 할아버지는 사다리까지 가져와서 벽에 다가 밤을 새워서 무언가를 그리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나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벽에 그려진 것은 내가 심은 나무와 완벽하게 닮은 나무그림이었다.

“할아버지 이건?”

“어 때? 꼬마아가씨. 이렇게 하면 병원에 누군가가 멋대로 병원 벽을 긁지도 않을 거고 가지가 꺾여 버리거나 하는 일도 없을 거야. 이제 안심하고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함께 다녀도 돼. 병원 원장 선생님에게도 이 벽화는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부탁드렸어. 이제 이 나무에 억매여 있을 필요 없어.”

화가 할아버지는 그 말을 하면서 아주 즐거워하고 기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심은 나무를 긁어보기도 하고 가지를 꺾어도 보았지만 나의 몸에 상처 같은 것은 생기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다가 할아버지의 품안에 안겨서 울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맙긴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

이 제 나무가 다칠까봐 걱정해서 꼼짝도 못하는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학교에 다닐 수가 있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이 화가 할아버지가 나에게 어릴 때는 건강을, 그리고 지금은 자유를 주었다. 부모님보다 어느 누구보다 감사해야 할 존재다.

그 날 저녁 나무는 뭔가가 없어진 듯이 급속으로 시들어가서 하루 만에 하얗게 말라서 쓰러져 버렸지만 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아마 화가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에 나무의 영혼이 들어가서 원래의 나무는 시들어 버리고 나무 벽화가 나와 함께 이어지도록 변해서 나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화가 할아버지는 그 날로부터 1년 후 세상을 떠나셨고 나도 그 장례식에 참석해서 다시 감사와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말을 전했다.

  ---

“당신 뭘 그렇게 봐?”

“아니 내 어릴 적 일기. 이때는 정말 어려서 병원에 있을 때 나무가 다치면 나도 다친다고 믿어서 학교도 안가고 나무만 지켰지. 그런 미신 같은 일은 없는데 말이야.”

“아, 자주 이야기하던 그 나무 벽화 말이지? 실물 같다고 신문에도 나고 그랬는데……. 그걸 소재로 신문에도 얼굴 나오고 했으니까. 좋게 생각하자고 어릴 때 내가 순수해서 커서 이런 보답을 받을 수도 있구나하고.”

“그것도 그러네. 아, 그러고 보니 약속시간 다 되었다. 빨리 나가자. 날씨도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그 둘은 그렇게 웃으면서 준비를 했고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서 나갔다. 하지만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는 없었다. 교통사고였다. 약속장소에 가기 전에 잠시 남편이 차에서 내려 차바퀴의 보조 체인을 달고 있는 데 한 차량이 뒤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서 그 차량을 박은 것이다. 남편은 다행이도 상처가 거의 나지 않았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했다. 강한 충격을 뒤에서 받은 탓에 안전벨트를 안 매고 있던 그녀는 앞 유리에 박아 깨고 튀어나와 버렸고 그 탓에 머리에 심한 타격을 입어버렸다. 남편은 서둘러 119에 신고했고 구급차가 와서 서둘러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괜찮겠죠?”

“걱정 마세요. 이분이라면 옛날부터 저희들이 맡고 있던 분인걸요? 걱정 마시고 기다리세요.”

그 곳은 아내가 어릴 적 신세를 지냈던 곳이며 신문에서 벽화가 시제 나무 같다며 취재까지 왔던 병원이었다. 남편은 약간은 안심 할 수 있었다. 항상 자신의 아내를 치료해주던 이곳이라면 어디보다 아내에 대해 잘 알 것이고 잘 치료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반년 전에 벽화의 실제 사연을 지닌 존재라 해서 아내가 취재 왔던 게 가장 최근이었나? 오랜만에 벽화나 보러 가볼까?”

남편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어릴 때 믿었던 미신일지라고해도 자신의 아내의 부적이라 볼 수도 있는 그 벽화에게 무사하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하는 것이 났다고 여겨 벽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말을 잊었다.

그 곳은 이미 벽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충돌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지 핏자국까지 남아있는 거대한 트럭의 교통사고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벽화 따위는 충돌로 부서져서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단지 나뭇잎그림이 그려진 부분 하나만이 약간의 철사에 매달려 달랑달랑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부분마저 떨어져 내렸다.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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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본 공포입니다. 여름이니까요. 근데 공포라기에는 미묘한 느낌이네요.
이 것은 마지막 잎새를 각색해서 써본 글입니다. 아시다시피 마지막 잎새는 아픈 소녀가 저 잎이 떨어지면 죽겠다는 생각을 하자 어떤 한 화가가 잎새와 똑같은 그림을 그려 그 폭풍 속에서도 남아있는 나뭇잎을 보고 소녀가 힘은 얻어서 병을 이겨낸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소녀가 왜 이 잎새를 보고 떨어지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했을까? 그 폭풍 속에서 그림이 지워지거나 벽이 부서져서 그림이 남아있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하다가 나온 작품입니다. 보시기에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적는 데 마지막 띠- 소리는 심장박동 측정기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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