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AA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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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17:31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
길을 건너던 중에 음주운전을 하던 차에 치였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하고 손을 잡고 같이 웃어주었는데 그런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장례식에 가서 그녀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온몸에 핏기가 빠지면서 눈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한참을 울고 나서 정신을 차렸을 땐 외로움만이 나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후로는 무엇을 해도 외로웠다.
웃고 떠드는 사람을 봐도 외로웠고 화려한 축제를 봐도 외로웠고 북적한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웠다.
오히려 주변이 시끌벅적한 상황일수록 나의 외로움이 더 커져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싶어서 틀어 박혀 버렸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나 혼자 방안에 박혀 버렸다.
하지만 방안에 틀어 박혀 있어도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지금의 자신이 너무나도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렸다. 그녀가 건네준 연애편지를 버렸다. 그녀와 같이 선택한 커플링도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 대신으로 생각하라며 준 인형도.
그날부터였을 것이다. 저녁마다 이상한 전화가 1통씩 걸려온 것은…….

"나 메리 씨, 지금 쓰레기장 앞에 있어. 이제 갈께."
"나 메리 씨, 지금 바람슈퍼 앞에 있어."
"나 메리 씨, 지금 아파트 입구에 있어."
"나 메리 씨, 지금 1층이야."
"나 메리 씨, 지금 2층이야."
"나 메리 씨, 지금 3층이야."
"나 메리 씨, 지금 4층이야. 이제 거의 다 왔어."

그리고

"나 메리 씨, 지금 현관문 앞이야."

라는 전화가 온 것이 어제.

이제 오늘 전화가 올 시간이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림과 동시에 전화를 받는다.

"나 메리 씨, 지금 당신 뒤야."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상당수가 아는 유명한 괴담.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버린 인형에게 죽는다는 괴담.
그녀를 다시 보고 싶지만 자살조차 못하는 겁쟁이인 자신에게 딱 맞는 죽음일 것이다.
이제 뒤를 돌아보면 그녀의 곁으로 갈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뒤를 돌아보자.

"나 메리 씨, 이제 버리지 말아줘."

라는 말과 함께 내가 버린 인형과 꼭 닮은 외로운 표정의 아이가 나를 꼭 껴안는 모습이 보였다.

~

"나 메리씨, 당신도 외로운 거야?"
"나 메리씨, 버려지는 것은 외로워. 다시는 버리지 말아줘."

외로움을 느끼는 괴담인형
'메리 씨'


"나 대신으로 생각하라 했어도 어린아이를 꼬시면 안 되지.♪"
"저기, 나 귀신이지만 계속 좋아해줄래?"

저승에서 돌아온 귀신애인
'민영'


"귀신과 괴기 인형이라니 불길해요. 굿을 해야 해요 굿을!"
"사, 산사람은 산사람끼리 이어지는 것이 옳다구요!"

새침데기 무당
'서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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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메리 씨를 미연시풍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한 번 써보고 싶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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